
– 오늘도 1,300명의 아이들이 암과 싸우고 있다-
매년 1,300명, 조용히 사라져가는 아이들의 웃음
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1,300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소아암 진단을 받는다. 하루 평균 3~4명꼴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어느 부모는 병원 복도에서 아이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무너지는 마음을 붙잡고 있을 것이다.
전 세계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참혹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약 4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새롭게 암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그중 90%는 치료조차 제대로 받기 어려운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의 아이들이다. 같은 병을 진단받아도,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생존율이 85%와 45% 미만으로 갈린다. 이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름과 얼굴을 가진 한 아이의 운명이 갈리는 순간이다.
가장 많이 우는 병, 소아 백혈병
소아암 중 가장 흔한 것은 혈액암인 백혈병이다. 전체 소아암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뒤이어 뇌종양, 림프종, 신경모세포종 순이다. 어른의 암과 달리 소아암은 유전이나 생활습관과 큰 관련이 없어 예방이 어렵다는 점에서 더 가슴 아프다. 아이도, 부모도 아무 잘못이 없는데 병이 찾아온다.
다행히 의학의 발전으로 국내 소아암 완치율은 크게 높아졌다. 과거 20%에 불과했던 급성 백혈병의 5년 생존율은 이제 95%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 숫자 뒤에는 길고 고된 치료 과정, 반복되는 입원, 학교를 떠나야 하는 시간, 그리고 치료비 부담으로 무너지는 가정들이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이 아이들을 위해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
- 조혈모세포(골수) 기증 등록
백혈병 등 혈액암 환아에게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유일한 완치 방법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형제자매 간 일치 확률조차 25%에 불과해, 많은 환아가 비혈연 기증자를 애타게 기다린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나 한마음혈액원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구강 상피세포 채취만으로 기증 희망자 등록이 가능하다. - 헌혈 참여
항암 치료 중인 소아암 환아에게는 정기적인 혈소판·적혈구 수혈이 필수적이다. 특히 성분헌혈(혈소판)은 상시 부족한 편이라, 정기적인 헌혈 참여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 소아암 지원 단체 후원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한국소아암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은 치료비 지원, 정서 지원, 학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월 소액 정기후원도 충분히 의미가 있으며, 특정 환아를 지정해 후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 병원 학교·재택 학습 봉사
장기 입원으로 학업이 중단된 아이들을 위해 병원학교 학습 봉사, 온라인 멘토링에 참여할 수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재능 기부(그림, 음악, 이야기책 읽어주기 등)도 큰 위안이 된다. - 소아암 인식 개선 캠페인 동참
매년 2월 15일은 ‘세계 소아암의 날’이다. SNS에 골드리본 캠페인을 공유하거나, 관련 소식을 주변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소아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소아암 전문의·전문 병상 확충을 위한 목소리
현재 전국의 소아암 전문의는 69명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지방에 사는 환아 가족들은 서울로 ‘원정 치료’를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의료 불균형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한 참여 방법이다.
작은 손길이 한 아이의 내일을 바꾼다
소아암은 아이 혼자, 그리고 그 가족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병이다. 하지만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그 무게를 함께 나눌 수 있다. 오늘 헌혈의 집에 들르거나,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을 하거나, 소아암 재단에 후원 문자 한 통을 보내는 것. 그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유치원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된다.
글 : 갈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