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종 3800개, 대장을 통째로 들어냈다”…남 일 아닌 ‘용종’,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

[건강보도] 대부분 증상 없이 자라는 ‘용종’, 방치하면 암으로 이어질 수도

최근 화제가 된 사연

최근 한 방송에서 방송인 한아름 씨가 대장에서 용종 3,800개 이상이 발견돼 대장 전체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다는 사연을 공개해 큰 화제가 됐다. 어느 날 화장실에서 혈변을 발견하고 검사를 받았다가 상상을 뛰어넘는 개수의 용종이 나온 것이다. 이처럼 용종은 평소 아무 증상이 없다가 우연히, 혹은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조용한 혹’으로도 불린다. 오늘은 이 용종이 정확히 무엇이고, 왜 방치하면 위험한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용종이란 무엇인가

용종(polyp)이란 위나 대장 같은 소화기관의 점막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나면서 혹 형태로 튀어나온 조직을 말한다. 쉽게 말해, 매끈해야 할 장 내벽에 자그마한 돌기나 혹이 생긴 것이라 보면 된다. 크기는 2~3mm의 아주 작은 것부터 수 센티미터에 이르는 것까지 다양하며, 줄기가 있는 형태(유경성)와 줄기 없이 평평하게 붙어 있는 형태(무경성)로 나뉜다.

용종은 발생 위치에 따라 대장 용종, 위 용종, 담낭 용종, 자궁 용종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대장 용종이 대장암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 가장 많이 언급된다.

모든 용종이 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용종이라는 말을 들으면 곧바로 ‘암’을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용종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종양성 용종(선종): 대장 용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유형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에 유전자 변이가 누적돼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용종이다. 흔히 ‘대장암의 씨앗’이라 불리는 이유다.

비종양성 용종: 과형성 용종, 염증성 용종, 과오종 등이 여기에 속하며,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문제는 육안으로 보거나 증상만으로는 이 용종이 종양성인지 비종양성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장내시경 검사 중 용종이 발견되면, 크기와 모양에 관계없이 조직검사를 겸해 대부분 그 자리에서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왜 위험한가 – 선종에서 암으로 가는 경로

의학적으로 대장암의 상당수는 ‘정상 점막 → 선종성 용종 → 대장암’이라는 단계적인 경로를 거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선종-암 연속체(adenoma-carcinoma sequence)’라 부른다.

이 과정은 보통 수년에서 10년 이상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대장 점막 세포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하나둘 쌓이면서 세포가 통제 불능 상태로 증식하고, 처음에는 양성 혹이었던 것이 점차 이형성(비정상적인 세포 모양)을 보이다가 결국 악성, 즉 암으로 바뀌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의 가치가 드러난다. 암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인 선종성 용종을 미리 발견해 제거하면, 이 연속체의 고리를 끊어 대장암 자체를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와 용종 절제가 대장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춘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용종은 왜 생길까

용종의 발생에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 요인: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FAP), 린치증후군(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 등 유전 질환이 있으면 매우 이른 나이에 수백~수천 개의 용종이 한꺼번에 생길 수 있다. 한아름 씨의 사례처럼 3,800개가 넘는 용종이 발견된 경우는 이런 유전적 소인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나이: 나이가 들수록 장 점막 세포의 돌연변이가 누적돼 용종 발생 위험이 커진다.

식습관: 붉은 고기·가공육 위주의 식단, 섬유질 부족은 대장 용종 및 대장암의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비만·운동 부족: 체지방 과다와 좌식 생활 습관 역시 용종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흡연과 음주: 담배와 알코올은 장 점막에 만성적인 자극과 염증을 일으켜 용종 및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염증성 장질환: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이 있으면 용종과 대장암 위험이 함께 높아진다.

증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함정

대장 용종의 가장 큰 특징은 크기가 작을 때는 거의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스스로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용종이 상당히 커졌거나, 드물게는 암으로 진행된 이후인 경우도 있다.

용종이 커지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1. 혈변 또는 잠혈: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출혈이 반복될 수 있다.

2. 점액변: 끈적끈적한 점액이 대변에 섞여 나오는 경우다.

3. 배변 습관의 변화: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나타나거나,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잔변감)이 지속될 수 있다.

4. 복통·복부 불편감: 용종이 크게 자라 장을 일부 막으면 복통이나 팽만감이 나타날 수 있다.

한아름 씨 역시 혈변을 계기로 검사를 받고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된 경우로,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조기 발견의 핵심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진단과 치료

대장 용종을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대장내시경 검사다. 내시경으로 장 내부를 직접 관찰하면서 용종이 발견되면, 겸자나 올가미(스네어)로 용종을 잡은 뒤 고주파 전류를 흘려 절제하는 ‘내시경적 용종 절제술’을 함께 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사와 치료를 한 번에 끝낼 수 있다는 것이 대장내시경의 큰 장점이다.

절제된 용종은 조직검사를 통해 양성인지, 암세포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최종 확인한다. 용종의 크기가 매우 크거나 이미 암으로 진행한 경우, 혹은 한아름 씨처럼 수천 개의 용종이 산재해 내시경 절제만으로는 관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대장의 일부 또는 전체를 절제하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예방과 관리 – 조기 검진이 최선

대장 용종과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기적인 검진이다. 국내 암검진 권고안에서는 일반적으로 만 45~50세부터 대장암 검진을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가족력이 있거나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더 이른 나이부터, 더 자주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관리 수칙은 다음과 같다.

채소·과일·통곡물 등 섬유질 섭취 늘리기: 장 운동을 원활하게 하고 유해물질과의 접촉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붉은 고기·가공육 섭취 줄이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을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적정 체중 유지: 비만은 대장 용종·대장암의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금연·절주: 장 점막의 만성 염증과 세포 손상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

가족력 확인: 부모나 형제자매 중 대장암·용종 병력이 있다면 이를 의료진에게 반드시 알리고 검진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좋다.

나가며

용종은 평소에는 존재조차 알기 어려운 ‘조용한 위험’이지만, 다행히 대장내시경이라는 확실한 조기 발견·예방 수단이 존재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한아름 씨의 사연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준 것도, 결국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경각심 때문일 것이다.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검진 시기가 되었다면 미루지 말고 대장내시경을 받아보는 것, 그것이 용종이 암으로 자라기 전에 끊어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본 자료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증상이나 진단·검진 시기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글 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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