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혈관을 살려라8

1. 모세혈관망, 우리 몸의 가장 촘촘한 물류망

인체 생리학과 미세순환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인체에서 가장 흥미로운 구조를 하나만 꼽아달라”고 묻는다면, 적지 않은 이들이 심장이나 뇌가 아닌 ‘모세혈관망(Microvascular Network)’을 꼽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혈관은 온몸을 가로지르는 굵은 호스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실제로 눈에 보이는 대동맥과 정맥은 전체 혈관 네트워크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세혈관은 상상을 넘어설 만큼 가늘다. 인체 모세혈관 중 가장 얇은 부분의 지름은 약 5마이크로미터(µm)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할 수 없는 굵기다. 혈액 속에서 산소를 실어 나르는 적혈구 하나의 지름이 약 8µm 정도이니, 적혈구가 이 좁은 모세혈관을 지나갈 때는 스스로 몸을 유연하게 접어가며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왜 이렇게 가늘고 촘촘한 길을 겹겹이 갖추고 있는 것일까. 세포와의 접촉 면적을 최대한 넓혀 산소와 영양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미세순환 연구자들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여러 연구에서 인체 장기 세포와 모세혈관 사이의 거리가 매우 짧게—많은 경우 수 마이크로미터 이내로—유지된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다.

세포 바로 곁에 핏줄이 자리해, 산소와 영양을 전달하고 이산화탄소와 대사 노폐물을 실시간으로 거두어 가는 정교한 구조인 셈이다. 이런 연구들이 공통으로 시사하는 바는, 장기와 조직의 건강 상태를 가늠할 때 눈에 보이는 큰 혈관뿐 아니라, 조직에 직접 맞닿아 있는 모세혈관망의 밀도 또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심장과 대동맥이 튼튼하더라도, 세포 바로 앞의 모세혈관 밀도가 낮아지면 그 세포는 산소와 영양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장에서 짚어보려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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