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혈관을 살려라5

📌 제1장 [경고] | 약은 늘어나는데, 왜 몸은 나아지지 않을까

1. 증상을 잠재우는 약, 근본은 그대로일 때

동네 내과나 정형외과, 혹은 대형 종합병원의 대기실 풍경을 가만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부터 만성 피로에 지친 중년 직장인들까지, 약국 문을 나서는 손에는 하나같이 묵직한 약 봉투가 들려 있다. 아침 식후 세 알, 점심 식후 두 알, 저녁 식후 네 알. 고혈압약, 당뇨약, 관절염 진통제, 위장 보호제, 그리고 마음을 달래는 신경안정제까지. 약 봉투는 해가 갈수록 두툼해진다. 사람들은 이 알약들을 삼키며 “이 약을 먹었으니 좀 나아지겠지” 하는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 정말 몸이 근본적으로 좋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히려 관절은 여전히 뻣뻣하고, 혈당은 요동치며, 발끝은 차갑게 식어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결국 병원을 다시 찾으면 약의 용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익숙한 패턴이 되어버린다.

일본의 의학자 곤도 마코토(近藤 誠) 박사는 여러 저작을 통해, 상당수의 약물 치료가 병의 근본 원인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증상 자체를 억누르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의 성격을 띤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물론 이는 곤도 박사 개인의 견해이며, 의학계 내에서도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점을 밝혀둔다. 다만 이 지적을 우리 몸의 미세순환이라는 눈으로 다시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지점들이 보인다.

무릎이 쑤시거나 두통이 찾아올 때 흔히 찾는 소염진통제를 예로 들어보자. 복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통증이 가라앉는다. 많은 사람들이 “아, 약이 들어서 나았구나”라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 몸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조금 더 복합적이다. 진통제의 주요 작용 기전 중 하나는 통증 전달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의 합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스타글란딘은 단순히 통증만 유발하는 물질이 아니라, 말초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를 돕고 위장 점막을 보호하는 역할도 함께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물질의 작용을 억제하면, 통증이 잦아드는 동시에 말초 혈류에도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짚고 싶은 지점이다. 즉 통증 신호가 줄어드는 것이, 반드시 원인 조직이 회복되었다는 뜻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약효가 떨어진 뒤 통증이 이전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악순환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약을 늘려도 몸이 개운해지지 않는 이유를, 이 책은 ‘피가 도달하지 못하는 자리’라는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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