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세혈관을 살려라》
발효과학의 생명치유
저자: 갈상완
📌 프롤로그
| 피가 통하면 병이 사라진다.
1. 거대한 혈관보다 조용히 무서운 것, ‘미세한 혈전’
우리는 흔히 ‘혈관 질환’이라고 하면 뉴스나 의학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접하는 크고 극적인 장면을 떠올린다. 길을 걷다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지는 심근경색, 혀가 굳어 말이 어눌해지며 한순간에 몸의 반쪽이 마비되는 뇌졸중, 혹은 뱃속의 굵은 대동맥이 부풀어 오르다 터져버리는 질환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종합 건강검진을 받으며 마음을 졸인다. MRA(뇌혈관 자기공명영상) 촬영 기계의 좁은 원통 안에 누워 있는 동안, 사람들은 부디 자신의 머릿속 혈관에 큰 문제가 없기를 조용히 바란다. 며칠 뒤, 진료실에 마주 앉은 의사가 검진표를 보며 말한다. “심전도 정상이고, 혈압도 무난합니다. 경동맥 초음파나 뇌 MRI상으로도 혈관이 막힌 곳 없이 깨끗하네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 내 혈관은 아직 젊고 튼튼하구나” 하고 믿으며 병원 문을 나선다. 하지만 정말 그것만으로 몸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대 의학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해온 지점, 많은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착각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심장이나 대동맥, 경동맥처럼 최첨단 의료 장비에 또렷하게 잡히는 굵직한 혈관들은 인체 전체 혈관 네트워크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 몸의 나머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지극히 가늘고 투명한 ‘모세혈관(Capillary)’이다. 인체의 모세혈관을 한 줄로 길게 이으면 그 길이가 수만 킬로미터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머리카락 뿌리 끝, 손가락과 발가락 마디마디, 잇몸 구석구석, 눈동자 뒤편의 시신경, 뼈와 췌장의 미세한 조직에 이르기까지, 산소와 영양을 실어 나르는 가장 가느다란 생명선이 바로 모세혈관이다.
생각해 보자. 명절에 고향으로 가는 길, 아무리 넓은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고향 집 앞 좁은 골목길이 무언가에 가로막혀 있다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은 결코 부모님의 안방 문 앞까지 도달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심장이 아무리 힘차게 피를 뿜어내고 대동맥이 깨끗해도, 세포 바로 앞의 좁디좁은 모세혈관이 막혀 있다면 그 끝에 매달린 세포는 산소와 영양의 결핍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나이가 들고 만성 스트레스가 쌓이고, 정제된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으로 혈액 속에 노폐물이 늘어나면, 이 가느다란 모세혈관 입구마다 걸림돌이 쌓이기 시작한다. 끈적한 단백질 섬유소(피브린) 그물망인 ‘미세 혈전(Micro-thrombus)’이다. 이 미세 혈전이 입구를 막아 피가 흐르지 않게 된 모세혈관은 점차 기능을 잃고 위축되는데, 이를 혈관생물학에서는 ‘유령 혈관(Ghost Vessel)’이라 부른다.
몸속 생명선의 상당 부분이 이렇게 조용히 위축되어 가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큰 혈관만 깨끗하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많은 중장년층이 “병원 검사상으로는 혈관도 깨끗하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몸은 왜 이렇게 무겁고 쑤시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해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정밀 장비와 검사 수치만으로는 이 미세한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온전히 잡아내기 어렵다는 점을, 이 책은 이야기하려 한다.
다음에. . .






